커피 사이즈가 투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

작성자: 프랭크 카루소(Frank Caruso) AB 성장주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2019년 2월 4일

원문: What the Size of Your Coffee Cup Can Teach Us About Investment Returns

지난 10년간 미국 경제는 견조한 소비지출에 힘입어 긴 호황을 누렸다. 소비자들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사는데 열을 올렸고, 기업들은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크게 늘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둔화되고 소비여력이 줄어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고가 제품에 치우친 세일즈 믹스(Sales mix) 전략이 오히려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 중저가 제품보다는 프리미엄 제품을 더욱 많이 팔고 있다면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제품당 마진으로 볼 때 고가 제품 비중이 늘어나면 기업의 수익성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커피 판매를 예로 들어 보자. 커피전문점에서는 작은 사이즈보다 중간 사이즈 커피를 약간 더 비싸게 판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금 더 양이 많은 커피를 만든다고 해서 원가가 크게 오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중간 사이즈의 커피를 파는 것이 더 큰 이득이 된다. 역시 같은 논리로 중간보다 큰 사이즈의 제품을 판매할 때 회사의 이윤 증가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보다 비싼 가격의 제품을 많이 팔수록 기업수익이 증가하는 원리는 어떤 산업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러한 세일즈 믹스의 효과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많은 기업들이 세일즈 믹스를 통해 얼만큼이나 영업실적이 개선됐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플도 과거에는 전체 스마트폰 판매에 대한 대당 마진은 밝히면서도, 기종별 판매 마진은 공개하지 않았었다. 특정 제품군에 치우친 세일즈 믹스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는 기업이라면 이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대침체(Great Recession) 이후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은 가계부채를 크게 증가시켰다. 소비자들은 대출을 받아 고가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었다. 또 이러한 과잉유동성은 여러 산업에 걸쳐 수요량를 급증시켰다. 하지만 이제 통화정책이 정상화된다면 많은 기업들이 예상보다 더욱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될 지 모른다.

자동차 구매에 있어서도 소비패턴의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소비자들이 낮은 금융비용으로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되자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또는 트럭 등의 점유율을 지속해서 늘려 왔다. 특히 CUV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CUV와 SUV를 합친 시장점유율이 처음으로 일반 승용차 점유율을 추월하였다. 몇몇 자동차 회사들은 아예 마진이 낮은 소형승용차와 세단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있을 정도다. 자동차 회사들은 현재 대형 차종 중심의 제품 믹스 전략이 계속 유효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 하다.

영업마진과 수익률이 높은 기업들은 대체로 주가순자산비율(PBR)도 높기 마련이다. 세일즈 믹스는 기업의 주식수익률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바꿔 말하면 주식수익률은 기업이 적절한 세일즈 믹스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쓰일 수 있다.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는 어떤 회사나 업종의 제품 믹스가 고마진의 특정 제품군에 치우쳐 있다고 해도 이 같은 사실을 감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장의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경기가 둔화되어 소비자들이 중저가 제품을 더 선호하게 된다면, 프리미엄 제품 판매만을 고집하는 기업들은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최근 경제 성장과 기업 수익성이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은 기업의 세일즈 믹스를 보다 세심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은 제품수명주기상 초기 단계에 위치해 있는 핵심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처럼 세일즈 믹스의 영향을 적게 받는 기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이 보통의 기업보다도 낮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쉬운 작업은 아니겠지만, 세일즈 믹스를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작업은 특정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갖게 되는 위험을 경감시킬 수 있다. 또한 장차 더욱 도전적인 기업 환경이 도래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을 선별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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